대학을 컴퓨터공학과로 오면서부터 컴퓨터를 공부하기 시작했으니,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공부한지 햇수로는 6 년, 군대를 제외하면 4 년 반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래까지 컴퓨터를 공부하려나 싶기는 했었는데, 뭔가 이렇게 돌아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개발자라는 직업의 정의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현재는 사실 개발자라는 직업에 범위가 AI 로 인해 너무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앞서서 발 빠르게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나)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스레드나 X, 링크드인을 통해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많이 보는데, 그런 분들을 바라보면서 ’ 어떤 목적으로, 어디까지 바라보고 움직일까?’ 에 대한 생각이 들곤 한다. AI Frontier 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를 진행해 주시는 유튜버, 사업가이신 노정석님, 최승준님 (내가 아주 좋아하는 채널이다) 의 말씀으로는 반년, 혹은 3~4 개월을 보고 가신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정도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들긴 한다. 워낙 빨리 변하니까. Frontier 기업에서 모델을 하나씩 내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이 변경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선택이 올바른 선택인지 알 수 없으니 무섭다.
이렇게 구조가 빠르게 변하다 보니, ” 어떻게 해야 이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 무언가 ” 를 배워야 하는데 그 ” 무언가 ” 는 무엇일까. 얕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 변하지 않거나 변화가 느린 것 ” 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먼저 떠올린 것은 ” 증명된 사실 ” 이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뒤집히지 않을 만큼 여러 번 검증된 지식들이다.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기초 학문이 그렇고, 학술적인 논문 속에서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되고 정리된 개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본다. 코어 지식을 의미한다. 어떻게 공부할지는 제쳐두고 뒤에서 함께 생각하자.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 커뮤니케이션 ” 이다. 이번에 팀플을 다수 (3 개의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할 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 상대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뿐 아니라 AI 와도 어떻게 대화해야 AI 의 능력을 뽑아낼 수 있을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핵심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다 보니 단어를 정확히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된다. 특히 전문 용어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 용어가 함축하고 있는 맥락 전체를 상대에게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길게 설명해야 할 내용을 짧은 하나의 표현에 압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잘 듣고,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곧 실질적인 능률과 연결된다고 느낀다.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든다. 이렇게 구조가 바뀌어 가는 속도 속에서, 과연 ” 개발자 ” 라는 역할은 그대로 유지될까. 이미 1 인 개발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사실상 “1 인 개발자 ” 라기보다는 “1 인 사업가 ”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1 인 사업가 ” 는 혼자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장을 조사하고, 제품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까지 전반을 홀로 해낸다. 시대예보에서 이야기하듯, 사회는 점점 조직에서 개인 단위로 쪼개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개인적으로도 이 흐름에 동의한다.
그래서 결국 나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그렇다면 개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개인의 선호를 가감 없이 드러내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수준을 넘어서, 내가 왜 이런 것을 좋아하는지,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보고 있는지를 말과 결과물로 보여 주는 사람. 그런 존재가 “0-1”(제로투원) 의 사람, 즉 0 에서 1 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조코딩에서 프로덕트 빌더를 채용하는 것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개인의 역량으로 하나의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 년 뒤에는 “0-1” 의 경험이 한 번 이상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cf) 결국 중요한 것은 경험이고 그 경험을 잘 기록하고, 곱씹고, 소화해 두는 일이다. 우선 정확한 용어로 기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