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내가 ” 실행력 ” 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때마다 문득 두려움에 부딪히는 나를 발견한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일도 많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끝없이 돌아간다. 빠르게 많이 시도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분히 분석해서 정확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다. 어중간하게 멈춰 서 있는 사람에 가깝다.

처음에는 단순히 실패가 두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패하면 창피하고, 그게 쌓이면 나에 대한 평가가 떨어질 것 같았다. 이 내용을 클로드랑 이야기했는데 클로드가 준 답은, 두려운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고 잘하지 못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었던 것이라 정리해줬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게 싫은가를 생각해 보면, 딱히 특정한 누군가도 아니다. 그냥 막연한 사람들이다. 실제로 나를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도 아닌데, 그 ” 시선 ” 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진다. 서툰 과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시도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먼저 검증하고, 충분한 확신이 생기지 않으면 시작을 미루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느꼈던 부분은, 그래서는 안 되는 나쁜 버릇인데, 누군가의 서툰 모습을 보면 순간의 모습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남을 보니까, 언젠가부터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내재하고 있었나보다. 그렇다면 내가 무서워하는 ” 시선 ” 은 정말 바깥에만 있는 것일까. 결국 나를 옥죄고 있던 것은 타인의 판단이 아니라, 내가 만든 기준이라는 생각이 짙어졌다.

이런 패턴은 일이나 도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 고지식하고, 재미없고,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 ” 이라고 생각해왔다. 컴퓨터나 공부, 독서, 철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고지식한 사람이고, 스몰토크를 잘 못하니까 재미없는 사람이고,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클로드가 짚어줘서 알았는데 재밌게도 이 이미지는 누가 나에게 직접 말해준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나를 그렇게 판단해버린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깊은 대화를 좋아하는 것은 그저 내 성향이다. 피상적인 관계보다 진지한 관계를 선호하는 것, 사람을 사귈 때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 이런 것들은 결함이라기보다 특성에 가깝다. 그런데 나는 이런 특성을 ” 부족함 ” 으로 번역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깎아내리고 있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부족함으로 번역하는 태도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전에 멈추게 만들고, 관계를 어렵게 느끼게 만들고,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실패가 두렵고 내 안에 있는 기준을 넘지 못할 때 결정을 미루는 편을 택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 실행력이 부족하다 ” 고 생각한 듯 싶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를 옥죄는 기준을 조금씩 느슨하게 만들고, 서툰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여전히 ”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 ” 이라는 오래된 자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느낀다. 이렇게 까지 깊게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아닌데 깊게 이야기하게 된 것 같다. 추후에 이불킥할지 몰라도 이 글을 드러낸다는 자체가 한 발 나아간 것이지 않을까.